<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
이번에 소개해드릴 작품은
헤르만 헤세 자신의 청소년기를 그대로 담은
자서전적 소설이라고 알려진
<수레바퀴 아래서>라는 책입니다.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는 상인인 아버지와
둘이서 살아가는 착실한 학생으로
동네에서는 수재 소리를 들을 정도로
영특하고 총명한 친구입니다.
누구나 부러워할 주 정부에서 시행하는
신학교 입학시험을 무려 차석으로 입학하여
신학교 내에서도 우수한 성적의
촉망받는 학생으로
좋은 낙인을 받게 되는데요.
주인공이 입학하는 신학교를 졸업하면
교사나 목사가 된다고 묘사하는 걸 보면
입시를 통해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을 가는
현 대한민국의 교육제도와도 맥락이 비슷합니다.
시험을 합격한 이후부터
본인의 삶에 대한 선택권은
주변 기성세대의 조언으로
조금씩 타의적으로 선택됩니다.
처음부터 신학교 입학은
아버지 요제프 기벤라트의
하나뿐인 아들에 대한
기대감과 욕심이었을지 모릅니다.
주변 어른들과 교장 선생님도
그렇게 바라봤으니까요.
똑똑한 친구들이 모여있는 신학교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앞서 준비를 하는 게 좋다는
교장 선생님의 권유로 방학기간에도
부족한 수학을 비롯한 선수학습을 시작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던 여유로운 낚시는 점점 줄어들고
자신이 원하지 않는 공부를 더 많이 하게 됩니다.
그전에는 이미 목사님을 통해
신약성서를 배우기에 필수적인
그리스어를 하루 몇 시간씩
배우고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방학이 선수학습으로 얼룩져 끝이 나고
드디어 신학교에 들어갑니다.
그중 한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성적에 개의치 않고 자유로운 삶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겼던
헤르만 하일너라는 친구였습니다.
그의 존재가 성적과 공부에서 주인공을
서서히 멀어지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그 이후 신경쇠약인지
이유 모를 학업 부진으로
결국 학교를 중퇴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비로소 톱니바퀴 같은
신학교에서의 삶에서 벗어났지만
그에게 쏟아지는 기대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앞으로의 진로를
새롭게 정해야 합니다.
자신이 잘하던 학업을
꾸준히 이어나가지 못한 죄로
낙오자가 된 듯이 방황하고 있습니다.
그는 일찍이 공장에 취업한 아우구스트를 따라
공장에 들어가 견공이 되기로 합니다.
시계추에 들어가는 톱니바퀴 줄질을 하는
일을 하기 시작하는데
본인에게는 전혀 맞지 않는 일 같습니다.
나름 열심히 해보지만 주인공의 진로는
더 이상 유망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 사회는
모두 사람으로 연결된 관계망입니다.
수레바퀴와 같이 굴러가야 할 운명에서
벗어나면 오히려 행복하지 못하다는 걸
암시하듯이 주인공의 삶은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인물들을 보면
단순히 적응의 문제였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친구들은 그 수레바퀴에 오르지 못해도
충분히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는 삶을 보여주기도 했으니까요.
헤르만 헤세의 이야기?
헤르만 헤세는 실제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고
신학교에 입학하여 중퇴하는 것이
모두 실제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알려진 그의 소설 대부분이
주변 인물과 배경의 세부적으로 묘사를 통해
인물들의 내면을 보여주는 것을 볼 때
그의 이러한 고통과 아픔의 시절이
실제 경험한 것을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그의 성숙한 자아에
큰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헤르만 헤세의 또 다른 작품
<싯다르타>
이 책에 관심이 있다면 저의 서평도 읽어보세요!
15. 스스로 성장하는 깨달음만이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다. <싯다르타>_헤르만 헤세
이번 책은 표면적인 이야기가 아닌내적인 성장, 육신이 아닌 영적인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책입니다.죽음에 대해 개인적으로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직관적인 성향으로 살아온 사람이라
editor0813.tistory.com
아래는 기억에 남는 구절 일부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 자신에게 배신당해 괴로움과 노여움을 품은 하일너가 졸업장이나 시험이나 성공이 아니라 진실과 양심에 대해서만 중요히 여기는 새로운 세계로 떠나버릴 것만 같았다.
- 봄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아름답게 굴곡진 둥근언덕 위로 초록빛이 싹트기 시작하여 마치 가볍고 잔잔한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 한스는 그 모든 것이 비참하고 우울하게 느껴졌다. 하루는 저녁에 가죽공장을 찾아갔다. 거대하고 오래된 건물에 마치 어린 시절이 숨겨져 있었다는 듯, 한스는 잃어버린 기쁨을 느끼며 휘적휘적 현관 통로를 지나 축축한 마당을 걸었다.
- 한스는 잠시 동안 귀 기울이다가 슬며시 어두컴컴한 문간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이제 어린아이가 될 수 없으며, 저녁에 가죽공장 뜰에 앉아 리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 한스는 가죽공장이나 매의 골목을 다지는 찾아가지 않았다.
- 지금까지 늘 남의 인도에 따랐던 소년은 이제 이끌어 주는 사람 없이 오로지 제 힘으로 길과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 눈을 감으면 에미의 입술이 아직도 자신의 입술에 매달린 채 그의 영혼의 빨아들이고 고통스러운 열기를 불어넣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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