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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온기/내 안의 온도

오늘의 온기: 사람의 온기는 가벼운 인사에서 전달된다

by 에그치즈토스트🥚🧀 2025.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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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근 거래로 시작한 우연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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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6시 당근 거래가 예정되어 있어서, 약속 장소인 한 고등학교 정문 앞으로 미리 물건을 준비해서 나갔다.
그래도 상대를 기다리게 할 순 없어서 5분~10분 정도는 미리 도착하는 편인데, 가는 길에 갑자기 당근톡이 도착했다.
 

6시 15분에 도착하겠습니다.



 지금 5시 52분인데...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이미 나온 길이라 돌아가기도 뭐해서 그대로 약속 장소로 향했다. 5시 55분, 맨 처음에 약속한 시간에 맞춰 일찍 도착했다.
적어도 20분은 더 기다려야 해서 '그냥 기다리자.'는 생각으로 가만히 서있는데,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사람의 품격이란 것이, 한 눈에 보아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나이는 적게 보아도 70은 분명 넘은 구부정한 자세와 처진 볼, 깔끔한 복장에 형광 조끼를 입고, 목에는 호루라기와, 한 손에는 경광봉을 쥐고 있는 어르신 한분이 계셨다. 아마도 복장이나 하시는 행동을 볼 땐,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 지도하거나 통제하는 일을 하시는 것 같았다. 정문에서는 하교하는 학생들, 야간 자율학습 참여를 위해서 저녁 끼니를 해결하러 잠시 외출하는 학생들, 그리고 외출 중인 선생님들이 그 중간에 서계셨다.
 

고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지도해주는 한 노인의 모습_학생들에게 먼저 건네는 따뜻한 인사에서 품격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다.

 
"ㅁㅁ야, 오늘은 집에 일찍 가네 ~?"
"네~ 맞아요. 오늘 자율학습 없어서 일찍 가요."
 
"△ △, 너 오늘 바지가 한 쪽은 걷어 올리고, 한쪽은 내려갔는데 너 알고 있어?"
"아, 선생님 이거 제 스타일입니다."
"그래, 잘 가라."
 
"요즘 많이 힘든가봐? 볼 살이 들어갔어."
"아, 요즘 젖살이 좀 빠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학생들이 먼저 인사를 하기 전에 그분이 먼저 학생들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여서 다정하게 인사를 했다.
심지어 몇몇 학생은 이름을 기억하고 평소 차림이나 생김새도 기억했다.
 
학생들이 나올 때 꼭 그분과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하려고 애쓰는 모양도 포착했다. 수줍어하는 친구들은 조용히 들릴 듯 말 듯 가볍게 인사를 했고, 인사성 없는 학생도 함께 나오는 선생님은 못본척 홱 돌아서다가도, 그분 앞에서는 인사할 타이밍을 재고는 눈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금방 숙였다. 모든 길이 그 한 사람을 통해서 가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차량을 몰고 외출하는 선생님도 그분 앞에서는 잠시 멈춰서서, 한참을 웃고 감사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출발했다. 소수의 사람이 아니라 모든 선생님과 학생들이 그를 좋아했다.
 
 마침 당근 구매자가 5분 더 늦게 도착했지만,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가벼운 인사도, 미안하단 말 한마디 조차 하지 않고 물건부터 달라고 손짓을 나에게 해댔다. 먼저 인사를 해도 떫떠름한 표정에 아무런 답이 없다. 내 손에 든 물건을 건냈더니, 계좌를 불러달라고 한다. 송금을 시작해 준다. 송금 다 했다며 한마디 툭 내뱉고 창문을 올리고 쌩하니 가버린다.
 

따뜻한 인사, 그 한마디가 주는 온기와 냉기의 차이를 한 장소에서 느꼈던 날이었다.

다행히도 내 기억에 더 진하게 남는 따뜻한 그의 인사들을 보면서, 돌아오는 길에도 그분의 웃는 얼굴이 아직도 또렷이 생각이 났다. 내 손은 이미 모범시민을 추천하는 방법을 검색하고 있었다. 그 방법을 잘 몰라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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