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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온도/리뷰: 읽은 책에 대한 솔직한 감상과 생각

『냉담 중입니다』 서평 – 냉담은 체념이 아니라 거리두기다

by 에그치즈토스트🥚🧀 2025.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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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담 중입니다
냉담 중인 주인공이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서 출발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신앙의 여정을 돌아보는 내용. 신앙생활을 통해 느꼈던 그리움, 고민, 기쁨과 어려움을 다시 돌아보며 지금의 나는 어디쯤 서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청년기에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신앙 체험과 갈등, 어려움, 기쁨과 보람이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저자
누구나
출판
바오로딸
출판일
2024.08.07



『냉담 중입니다』는 읽기 쉬운 책이다. 대부분의 천주교 관련 서적이 그렇듯이 ‘바오로의 딸’에서 출판되었고, 누구나 작가가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한 감정 산문집 형식이다.

 

짧고 간결한 문장과 여백 많은 그림들이 반복되며, 줄거리가 있다기보다는 하나의 ‘상태’를 담담하게 묘사한다. 딱 제목 그대로, 냉담 중인 상태다.

 

나 역시 작년 크리스마스 무렵, 약 8개월간 빠지지 않고 주일 미사와 교리를 받으며 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성당에 나가지 않는다. 많은 점에서 실망스러웠고,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천주교에서는 일정 기간 미사나 성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냉담자’라고 부른다.

마치 신앙을 저버린 사람처럼 취급되는데, 이 용어 자체가 불편했다.

더 불편했던 건, 종교 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곧 믿음이 깊은 사람으로 간주하는 시선이었다.

 

📌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천주교 혹은 종교 활동에서 멀어진 뒤, 거리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
  • 감정 중심의 에세이보다는 냉정하게 현재를 바라보고 싶은 사람
  • 신앙과 현실, 제도와 개인 사이의 괴리를 느낀 적 있는 사람
  • 위로보다 정리를 원하는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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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냉담 중입니다 _ 누구나
출처: YES24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신앙은 본질적으로 개인의 내면에 가까운 문제다.
얼마나 자주 성당에 나가느냐, 얼마나 많은 봉사를 하느냐로 신앙의 깊이를 재는 건 얕은 방식이다.

만약 그게 진짜 믿음이라면, 왜 그토록 열심히 다니는 사람들조차 외롭고 힘들어할까?

 

그런 생각 속에서 『냉담 중입니다』를 펼쳤다. 이 책은 위로나 조언을 주려 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의 상태를, ‘냉담 중’이라는 말을 둘러싼 감정과 거리감을 그대로 보여준다.

회복을 전제로 하지 않는 이 담백한 관찰이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문장들은 단순하다.

“괜찮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았다.”
“이 관계가 끝나도, 나는 끝나지 않는다.”


이런 구절들 속에 냉담이라는 상태의 본질이 담겨 있다.
무언가 끝나버린 것 같지만, 사실은 여전히 남아 있는 어떤 감정. 종교든 관계든 마찬가지다.

 

책을 읽으며 나는 냉담자가 된 이유가 단순히 신앙심이 부족해서가 아님을 다시금 확인하게 됐다.
이 용어는 마치 등을 돌린 배신자를 지칭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감정의 결과다.


출석 여부로 신앙을 판단하는 방식이 과연 타당한가?
이의제기를 해보려 해도, 정해진 틀 안에서 의문을 갖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는 분위기가 있다.

냉담은 체념이 아니다.
그건 오히려 제도화된 종교와의 거리두기다.

 

실제로 천주교를 가까이서 경험해 보면, 신앙이라는 본질보다 형식과 제도에 치중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

예컨대 ‘순교’에 대한 강조는 지금 시대의 감각으로는 설득력이 약하다.

죽음을 신앙의 증거로 삼는 방식은 과거 역사 속에선 의미 있었을지 모르지만,

현재에는 감정 과잉이나 낭만화된 일방적 서사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성상, 성물, 비석, 축복받은 물건 등 다양한 요소에 지나치게 신성을 부여하는 것도 문제다.
보이지 않는 신을 믿는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형체 있는 사물에 의존하는 신앙 구조

개신교에서 흔히 지적하는 ‘우상 숭배’와 다를 바 없어 보이기도 한다.

신앙의 본질이 점차 사물 중심으로 전환되는 이 흐름은, 현실과 점점 괴리되어 간다.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도 여전하다.
천주교에서는 남성만이 사제 서품을 받을 수 있다.

전통이라는 이유 하나로 이 제도는 유지되며, 여성은 언제나 신자 혹은 봉사자의 위치에 머문다.


평등과 존중을 외치면서도 그 시스템 속에는 명백한 위계와 성별 구분이 있다. 이 역시 지금 시대의 감수성과는 괴리되어 있다.

이 모든 구조적 모순은 ‘믿음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종교라는 체계 자체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회의감의 결과다.


그런데도 교회는 개인의 문제로 돌린다. 믿음이 약해서 냉담해졌다고.
그러나 냉담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믿음을 담을 그릇이 시대착오적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종교는 얼마나 인식하고 있을까?

아마도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이 있는 한 이 종교는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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